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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4. 11:36

외면받는 신혼부부 주택

'이유있는' 미달 사태

자녀 있고 혼인기간 5년 이내 조건 까다롭고

연소득 3000만원 이하라며 집값은 수 억원

육아·직장 생활 병행하는데 도시 외곽에 공급


지난 6~7일 인천 청라지구에 특별 공급된 A아파트의 신혼부부용 주택은 102가구. 그러나 여기에 청약한 신혼부부는 20명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서초구에 짓고 있는 B아파트의 신혼부부용 주택 역시 지난 8월 우선 청약을 받았지만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신혼부부용 주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 주택정책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며 지난 8월 이후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특별 공급하고 있지만 공급물량의 3분의 2 이상이 미달될 정도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20% 미만의 저조한 청약경쟁률

신혼부부용 주택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30대 젊은 부부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소형 주택(전용면적 60㎡ 이하) 일반 공급물량 중 10~30%를 우선적으로 분양하는 제도를 말한다. 청약 조건은 있다. 우선 결혼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았고 자녀를 한 명 이상 낳거나 입양했어야 한다. 소득도 연 3075만원(맞벌이는 441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여야 가능하다.

그러나 신혼부부용 주택은 초반부터 청약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지난 7월 경기 안성시에서 분양된 C아파트의 경우, 일반 청약에 앞서 특별 공급된 신혼부부용 주택 80가구에 대해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8월 강남권에서 처음 공급된 D아파트에도 신혼부부용 주택 청약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신혼부부용 주택 1가구 공급에 9가구가 신청해 9대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나머지 아파트들은 대부분 20% 미만의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신혼부부용 임대 아파트 역시 주택공사가 지난 7월 이후 총 1326가구를 공급했지만 신청 건수는 39%(519건)에 불과했다.

까다로운 청약조건·도시 외곽에 공급

신혼부부용 주택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데는 크게 위축된 주택경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주 경기 광교신도시에서 처음 공급한 '참누리 아파트'는 지역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7.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만큼 시장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청약조건, 불편한 입지 여건 등에서 신혼부부용 주택이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다. 우선, 신혼부부용 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신혼부부 가운데 민간아파트에 청약할 만한 경제력을 갖춘 경우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신혼부부용 주택을 공급한 E건설 분양담당자는 "신혼부부용 주택은 원래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층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0%까지 육박한 상황에서 연소득 3000만원이 안 되는 신혼부부가 수억원대의 분양가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도심보다 외곽 지역에 주로 공급되거나 혼인기간과 출산 등 청약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사회에 갓 진출한 신혼부부들이 내 집 마련을 선뜻 결정하기 힘든 이유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우선 결혼한 지 5년 안에 아이를 낳고 직장 생활을 하는 저소득 신혼부부를 찾기란 쉽지 않다"며 "게다가 자녀를 둔 신혼부부들이라면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므로, 직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입지 뛰어난 단지 기다리며 자금 마련

신혼부부용 주택은 이를 처음 도입할 당시, '저소득 신혼부부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라고 지적받을 정도로 적지 않은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 만큼 자격을 갖춘 수요자라면 청약 기회를 아끼며 유망단지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신혼부부용 주택은 자격 조건만 갖추고 있다면 1순위보다도 당첨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단지를 집중 공략하는 게 좋다"며 "향후 공급될 광교·송파신도시, 은평뉴타운을 기다리면서 목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정 차장은 "정부가 2018년까지 도심과 서울 근교에 서민형 주택을 대거 공급하기로 발표한 만큼 신혼부부용 주택 청약 자격이 안 되는 부부라면 이를 노리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며 "경제적 여유가 넉넉하지 않다면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시프트)에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출처 : 네이버 [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