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30. 16:25

이통시장 `하이브리드 월드 가든` 시대

■ 업계, 개방화 속 폐쇄성 유지 노력 지속
스마트폰 확대ㆍ무선망 다양화ㆍ포털진영 모바일 진출 기폭제

개방화 바람이 거세지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하이브리드 월드 가든'(Hybrid Walled Garden) 시대를 맞고 있다. 하이브리드 월드 가든이란, 이통사의 폐쇄적 망 운용을 빗댄 월드 가든이 개방의 흐름을 받아들여 폐쇄와 개방을 병행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통사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망에서 자신들이 공급하는 솔루션과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적 망 운영 구조를 유지ㆍ강화해왔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아이폰과 앱스토어(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앞세워 이통사 입김 없이 사용자 스스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월드 가든의 벽은 철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하이브리드 월드 가든은 모바일 시장이란 정원에 높게 쌓은 담벼락을 허무는 대신 여러 개의 문을 터 개방의 물결을 수용한다는 일종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통시장의 하이드브리드 월드 가든을 촉진시키는 기폭제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등 독자 플랫폼기반의 스마트폰 공급 확대, 와이파이(WiFi)와 와이브로 핫존 확대 등 무선망의 다양화, 국내외 포털 진영의 모바일 영역 침투가 그것이다.

독자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폰의 확대는 콘텐츠 개발과 공급, 이익배분 등 이통사와는 전혀 다른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해가고 있다. 이통사가 배제되거나 중심이 아닌 이같은 모바일 생태계는 제조사, 포털, 혹은 제3의 사업자 등을 통해 우후죽순처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제조사와 포털들이 구축한 모바일 생태계는 구조적으로 이통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이통사들이 폐쇄적으로 내건 빗장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망의 다양성은 이통사가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스마트폰 도입이 늘면 늘수록 소비자들의 무선인터넷 접속 욕구도 높아진다. 특히 비싼 대가에도 불구하고 알맹이가 부실한 이통사의 이동통신망과 콘텐츠보다는 와이파이 등 무료로 개방된 망과 콘텐츠에 대한 접근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 무료 와이파이 접속 고객들은 이통사 중심으로 개발 공급되는 콘텐츠나 솔루션을 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충성도'가 떨어지는 고객들이다. 그러나 이런 고객들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가입자 이탈까지도 감수해야한다. KT와 SK텔레콤이 애물단지로 여겼던 와이파이 투자 확대에 나서겠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포털들의 모바일 시장 침투다. 이통사와 포털은 전통적으로 비우호적 관계를 형성해왔다. 이통사가 독자 포털(SKT=네이트, KT=매직엔, LGT=이지아이) 우선 정책을 고수하면서 유선시장의 강자인 네이버나 다음 등의 유선포털은 모바일에서는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다.

포털들의 모바일화 시도는 포털중심의 또 다른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검색기반의 부가서비스 영역에서 이통사 고객의 분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무르익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한 포털들의 위치기반 서비스는 이통사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통사가 좌지우지했던 영역에 대한 제조사와 포털 등의 침투가 가속화될수록 이통사들의 폐쇄적 빗장정책은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일본의 이통사들은 개방과 폐쇄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월드 가든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애틀라스리서치에 따르면, NTT도코모는 구글과의 제휴를 통해 검색시장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i-컨시어리지(라이프스타일 서비스) 등을 통해 독자 포털의 영향력 강화를 다시 시도하고 있다.

3위 사업자인 소프트뱅크모바일도 `케이타이 와이파이'를 통해 와이파이를 공격적으로 끌어안는 개방화 전략을 택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콘텐츠 개발업체들의 우군화를 강도높게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통시장이 개방화 물결이 거세질수록 폐쇄와 개방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월드 가든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의 망과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 개방으로 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완전 개방은 강도 높은 무선망 개방과 함께 이통사의 기존 수익모델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폐쇄성 유지를 위한 노력은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응열기자 u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