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5. 16:07

단말기보단 통신품질·요금…본격 서비스경쟁 예고

SKT서도 아이폰 출시, 무엇이 달라질까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애플 아이폰을 곧 보급키로 함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다시 큰 파장이 일게됐다. 2009년 11월부터 케이티(KT)를 통해서만 국내에 보급된 아이폰은 15개월여 동안 210만여 대가 팔리며 ‘스마트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가입자 2550만명으로, 국내 통신시장에서 50% 넘는 시장 점유율을 지닌 에스케이텔레콤이 아이폰 공급에 나서면 무엇이 달라질까?

■ SKT, 왜 아이폰 들여오나?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최근 700만명을 넘어섰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와도 ‘찻잔 속 바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은 어긋났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간 이통시장의 점유율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예상도 맞지 않았다. 지난해 에스케이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도와 마찬가지로 50.6%를 유지했으며, ‘아이폰 효과’를 누린 케이티 역시 31.6%로 전년도보다 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옴니아 70만대, 갤럭시에스(S) 260만대를 판매하는 등 삼성전자와의 ‘동맹’을 통해 시장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에스케이티의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1400억원이 줄어들며 6.6% 감소했다. 아이폰을 도입한 케이티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을 1700억원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음성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매출은 미래 수익에 핵심적인데, 에스케이티의 1인당 데이터 매출의 증가 폭은 케이티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와 손잡고 ‘아이폰 대항마’를 내세워 점유율은 방어했지만, 마케팅 비용 등으로 실익은 줄어들었다는 반증이다.

정보통신 시장조사회사인 로아컨설팅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케이티가 아이폰 일색에서 벗어나 삼성전자, 모토롤라, 에이치티시(HTC), 팬택 등의 안드로이드폰 전략 모델 라인업을 구축함에 따라 에스케이티도 맞대응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애초 에스케이텔레콤은 케이티에 앞서 애플과 아이폰 도입협상을 벌였으나 1위 사업자가 외국 업체와 손잡고 국내 스마트폰시장을 독식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이제 에스케이텔레콤은 아이폰을 도입하더라도 이런 비판에선 자유롭게 됐다. 또 매출 기여도가 높은 가입자들이 아이폰 때문에 경쟁사로 이탈하는 현상을 계속 지켜보며 마케팅을 통해 신규가입자를 유치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고비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 뭐가 달라지나? 에스케이텔레콤이 아이폰을 출시하면 그동안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에스케이텔레콤에 전략모델을 우선공급하거나, 고급사양 모델을 지원해왔던 관행도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케이티-삼성 대 케이티-애플’ 대립구도가 붕괴하면서 ‘국산 대 외산’ ‘안드로이드 대 아이폰’ 식으로 이뤄져온 마케팅 구도는 깨질 전망이다. 특정 단말기를 이용하기 위해 할인요금제 같은 혜택을 포기하고 이통사를 옮겨야 하는 일도 줄어들어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나게 된다. 이통사들은 독점 공급하는 단말기를 내세우기보다 통신품질과 요금제 등 본연의 서비스 경쟁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 이통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 하락 추세에 맞춰 정액요금제를 손질하고, 금융 등 이동통신과 다른 업종 상품을 묶는 형태의 결합상품을 통해 가입자당 매출을 늘리면서 가입자 유치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당장 영향을 받는다. 케이티의 한 관계자는 “에스케이티와 긴밀한 관계였던 삼성전자가 마케팅을 강화하면 유통망에서 국내 제품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함께 취급하는 통신업체의 과도한 비교마케팅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아이폰보다 나은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이나 “아이폰은 사후서비스 방식에 문제가 있어 도입할 수 없다”거나 “착탈식 배터리가 없어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는 식의 마케팅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